직장 스트레스는 단순히 ‘기분 나쁜 일’ 그 이상의 영향을 줍니다. 이는 우리의 정신적 건강은 물론이고,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잦은 두통, 불면증, 소화 장애, 무기력함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 모든 신호들이 바로 몸이 보내는 경고입니다. 이럴 때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안전한 도구가 바로 ‘글쓰기’입니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감정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1단계 있었던 일만 있는 그대로 써보기
첫 번째 단계는 상황 기록입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이나 해석 없이 사실 중심으로 있었던 일을 적는 것입니다. 마치 사건 보고서나 뉴스 기사처럼, 감정이 배제된 문장으로 하루를 정리하는 느낌입니다. 왜 이런 접근이 필요할까요? 감정에 빠져 있을 때는 일의 본질을 보기 어렵고, 글쓰기가 오히려 감정을 더 부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써볼 수 있습니다.
“오늘 오전 9시, 팀 회의에서 내 제안이 무시당했다. 발표 도중에 팀장이 말을 끊고 다른 안건으로 넘어갔다. 이후 동료들과의 대화에서도 이 주제는 다시 언급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속상했다’, ‘화가 났다’ 같은 감정 표현은 일부러 배제하고, 일어난 사건만 정리합니다.
이 단계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빠져나오는 데 효과적입니다. 내면에 있던 뒤엉킨 감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우선 어떤 실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하듯이, 글을 통해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은 자기 감정을 객관화하는 중요한 기초 작업이 됩니다.
또한, 단순한 ‘기억’보다 ‘기록’이 훨씬 정확합니다. 감정이 개입되면 우리의 기억은 왜곡되기 쉽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기록해두면 나중에 자신의 반응을 다시 돌아볼 때 훨씬 유익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사실대로’ 쓰는 것입니다. 잘 정리하지 않아도 되고, 문장이 어색해도 괜찮습니다. 오직 나 자신만이 읽을 글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면을 정리하기 위한 나만의 도구입니다.
2단계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써보기
두 번째 단계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적는 감정 표현 글쓰기입니다. 앞서 상황을 감정 없이 써보았다면, 이번엔 그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솔직하게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화가 났다’, ‘당황스러웠다’, ‘모욕감을 느꼈다’, ‘속상했다’, ‘자존감이 낮아졌다’ 등 내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입니다. 종종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을 부끄러워하거나, 과민하게 느낀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입니다. 판단 없이 느끼는 그대로 적는 것이 이 글쓰기의 목적입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팀장이 내 말을 끊었을 때 굉장히 당황스러웠고, 모두 앞에서 내가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 이후에도 아무도 내 아이디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을 때는 외로움과 함께 내가 필요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이 일로 자존감이 많이 흔들렸고, 다시 회의 시간에 발언하기가 두려워졌다.”
이렇게 구체적인 감정 묘사를 통해 우리는 감정을 감지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감정은 외면할수록 커지지만, 이렇게 글로 꺼내어 적으면 조금씩 진정됩니다. 글을 쓰면서 “그래, 나는 그런 기분이었구나” 하고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죠.
이 단계는 마음속 감정을 ‘말로 꺼내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감정의 주인이 되고, 스트레스에 휘둘리기보단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얻습니다.
3단계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글쓰기
세 번째 단계는 자기 위로와 회복의 글쓰기입니다. 앞 단계에서 감정을 충분히 적어냈다면, 이제는 그 감정을 품어주고 다독이는 단계입니다. 즉, 지금의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위로하는 문장을 써보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넘어서, 스스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강력한 회복의 언어가 됩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오늘 정말 고생했어. 충분히 속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넌 그 감정을 잘 견뎠어. 누구라도 너처럼 느꼈을 거야. 다음엔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같은 상황을 마주할 수 있을 거야. 넌 괜찮아.”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반복할수록 글에 담긴 말들이 실제로 자신의 내면에 위안이 되어 돌아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마치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고 위로를 받듯이, 나 자신이 나에게 가장 진심 어린 말을 해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외부의 인정이 아닌 내면의 지지와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질문을 던지며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뭘까?
나와 같은 상황을 겪은 친구에게 뭐라고 해줄 수 있을까?
내일 아침의 내가 지금 이 글을 읽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글쓰기는 마치 감정의 파도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작은 배와 같습니다. 이 마지막 단계는 배를 닻에 고정하는 것처럼,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중심으로 되돌려주는 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