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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정리와 감정 정리의 닮은 점

by rena-space 2025. 8. 15.

 책상 위에는 우리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물건들이 놓인다. 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그 위에는 업무와 무관한 소품, 버려야 하는 종이, 언젠가 쓸지 모를 메모들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소한 무질서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책상 전체가 어수선한 풍경으로 변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상태가 우리의 마음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감정 역시 관리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걱정과 미뤄둔 불안, 과거의 상처 같은 것들이 그대로 쌓인다. 책상이든 마음이든, 사용한 것을 제때 제자리에 두지 않으면 결국 그 안에서 길을 잃게 된다.

책상 정리와 감정 정리의 닮은 점

마음에 주는 첫 번째 신호

 

실험 첫날, 책상 위의 모든 물건을 치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노트북, 펜 한 자루, 메모지 한 장만 남기고 나머지는 서랍과 수납함으로 옮겼다. 놀라운 것은 그 즉시 느껴진 해방감이었다. 시야에 보이는 물건이 줄어드니, 해야 할 일의 목록이 갑자기 간단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책상 정리는 단순히 물건의 재배치가 아니라, 마음에 보내는 ‘이제 시작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였다.

감정 정리도 비슷하다. 하루 동안 쌓인 감정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불필요한 것은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불필요한 죄책감이나 이미 끝난 일에 대한 후회 같은 것들이다. 책상 위의 오래된 영수증을 버리는 것이 쓸모없는 불안을 버리는 것과 같았다. 실제로 책상을 치운 후 글쓰기를 시작하니,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졌다. 잡생각이 줄어드니 문장도 간결해졌다. 책상을 치우는 것은 단지 외부 환경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의식 같았다.

 

비운 자리에서 생기는 심리적 공간

 

 책상과 마음 모두에서 중요한 것은 ‘비움’이다. 물건이 가득 찬 책상은 새로운 것을 놓을 공간이 없다. 마찬가지로 감정이 가득 찬 마음은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책상을 정리하며 느낀 것은, 물리적 비움이 곧 심리적 비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노트북 옆에 아무것도 두지 않은 자리는 마치 흰 도화지 같았다. 그 위에서는 어떤 아이디어든 자유롭게 놓을 수 있었다.

감정 정리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속을 정리하니, 이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작은 기쁨이나 잔잔한 행복이 들어왔다. 이를테면 커피 향이 유난히 좋게 느껴진다든지, 창밖의 하늘 색이 눈에 들어온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책상 위 공간이 확보되면 업무 효율이 올라가고, 마음의 공간이 확보되면 삶의 질이 올라간다. 결국 두 과정 모두 ‘나를 위한 여백’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 여백은 단순한 빈칸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공간과 마음을 함께 정리하는 루틴 만들기

 

 일주일간의 실험을 마친 후, 나는 하나의 루틴을 만들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10분씩 책상을 정리하는 것이다. 시작 전에는 책상 위를 간결하게 만들어 집중할 준비를 하고, 끝나기 전에는 오늘 사용한 물건과 생각을 정리해 다음 날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정 정리도 병행된다. 오늘 하루 불필요하게 짊어졌던 감정을 적어보고, 그중 버려도 되는 것을 골라 내려놓는다. 책상 정리와 감정 정리를 함께 하니, 하루를 더 명확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루틴의 가장 큰 장점은 ‘다음 날이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책상이 깔끔하니 아침에 책상 앞에 앉는 순간 이미 기분이 좋다. 감정이 정리되어 있으니, 어제의 불필요한 짐을 오늘까지 끌고 가지 않는다. 책상과 마음은 서로 다른 영역 같지만, 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책상을 정리하면 마음이 정리되고, 마음이 정리되면 다시 공간을 돌보게 된다. 이 순환 속에서 나는 더 차분하고 생산적인 하루를 만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