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만날 때 얼굴 표정, 옷차림, 말투 같은 것들만 신경 쓴다. 하지만 의외로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우리의 ‘공간’이다. 특히 직장이나 카페, 집에서 누군가를 맞이할 때 책상 위의 풍경은 곧 나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창처럼 작용한다. 나는 한동안 책상 위에 온갖 물건을 늘어놓고 살았다. 노트북 옆에 핸드크림과 립밤, 마시다 남은 컵, 간식 봉지, 각종 펜, 스티커, 포스트잇 뭉치, 읽다 만 책, 영수증, USB, 충전선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어느 날 친구가 내 작업실에 왔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와, 되게 바쁘게 사는 사람 같아. 근데 정신 없겠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오래 맴돌았다. 바쁘게 산다는 인상을 준 것은 좋았다. 하지만 ‘정신 없다’는 말은 내게 불편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상대에게 내가 주고 싶은 이미지는 ‘정리된 사람, 여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책상 위를 정리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물건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겼을 때, 책상을 마주한 타인의 표정도 달라졌다.
물건이 적을수록 말의 집중도가 높아진다
책상 위 물건을 줄이면서 느낀 또 다른 변화는 대화의 집중력이었다. 이전에는 누군가와 화상회의를 하거나, 대면으로 상담을 진행할 때 책상 위의 물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상대가 무언가를 말하면, 내 시선은 자꾸 옆의 메모지나 색색의 포스트잇, 책표지로 흘러갔다.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 듣는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산만해졌다. 특히 온라인 회의에서 책상 위가 어수선하면, 화면 밖 풍경이 정리되지 않은 만큼 내 표정과 반응도 흐릿해졌다.
반면, 책상 위를 미니멀하게 정리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었다. 상대의 말을 듣는 집중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다. 내 시야가 상대의 표정과 말에만 고정되었다. 물리적 공간이 단순해지자, 뇌가 처리해야 할 불필요한 정보가 줄어들어 대화의 맥락을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상대의 표정 변화, 목소리 톤, 말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도 놓치지 않게 되었다. 물건이 적어질수록 대화의 질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체감하며, 공간이 곧 소통의 기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리된 공간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안정감과 배려
책상 위 미니멀리즘은 타인과의 소통에서 ‘배려’의 형태로 드러났다. 예전에 내가 상대방의 공간을 방문했을 때, 책상 위가 정돈되어 있으면 왠지 모르게 편안함을 느꼈다. 내 시야가 복잡하지 않아 마음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물건이 가득 쌓인 책상 앞에 앉으면, 마치 내가 그 사람의 바쁜 일정에 불쑥 끼어든 듯 불편해졌다. 나도 모르게 자리를 오래 차지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깨달음 이후, 내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동료가 내 자리로 와서 업무를 이야기할 때, 책상이 깔끔하면 상대도 마음을 편하게 열었다. “바빠?”라고 묻는 대신, “잠깐 이야기해도 돼?”라며 부담 없이 말을 꺼냈다. 정돈된 책상은 ‘너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준다. 그것은 배려와 환대의 표현이었다. 글쓰기나 혼자 하는 작업에는 물론이고, 타인을 맞이하는 공간으로서도 미니멀한 책상은 큰 힘을 발휘했다.
소통의 질을 높이는 작은 시작, 책상 위 미니멀리즘
결국 책상 위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나를 위한 정리 정돈이 아니었다. 그것은 타인과의 소통의 질을 높이는 작은 시작이었다. 물건을 줄인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 질서가 상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수선한 공간은 상대에게 혼란과 피로감을 주지만, 깔끔하게 비워진 공간은 여백과 집중을 선물한다.
최근에는 화상회의를 할 때도 책상을 정리한 후 카메라를 켠다. 화면 밖 공간이 단정하면, 내 말투와 표정도 단정해진다. 상대가 내 말을 듣고 있을 때, 내가 상대의 말을 들을 때, 물리적 공간이 소통의 매개가 됨을 매번 느낀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마음의 여유다. 그 여유는 머릿속에서 시작되지만, 머릿속의 여유를 만드는 것은 바로 눈앞의 공간이다.
책상 위 미니멀리즘은 거창한 정리가 아니다. 필요 없는 펜 몇 자루를 치우고, 쓰지 않는 컵을 옮기고, 메모지와 책을 정리함에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작은 정리가 오늘 당신의 소통을 더 선명하고 부드럽게 만들 것이다. 타인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