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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 물건 10개 줄이기 실험

by rena-space 2025. 7. 7.

 내 책상 위는 언제나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노트북과 모니터, 키보드와 마우스가 기본으로 자리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각종 펜과 형광펜, 메모지, 포스트잇, 마스킹 테이프, 자, USB, 이어폰, 충전기, 핸드크림, 립밤, 물병, 커피잔, 간식 봉지, 텀블러, 읽다 만 책, 프린트물, 영수증, 카드 명세서까지 뒤엉켜 있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내 ‘창의적인 작업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물건들이 많으면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를 것 같았고, 언제든 손이 닿는 곳에 필요한 물건이 있다는 것이 효율적이라 믿었다.

 10개만 줄여보자는 작은 도전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어떤 물건부터 없앨지 고민되었다. 매일 쓰는 것 같은데 정말 필요한지 헷갈리고, 안 쓰는 것 같은데 버리려니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실험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작업이 아니라, 나의 생활 방식과 심리, 집중 패턴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리라 예감됐다.

책상 위 물건 10개 줄이기 실험

중복되는 물건 없애기


 10개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기준은 중복되는 물건 없애기였다. 책상 위를 쭉 살펴보니, 같은 종류의 물건이 여러 개씩 중복되어 있었다. 검정색 볼펜만 해도 5자루, 파란색 볼펜 3자루, 빨간색 2자루가 있었다. 형광펜도 같은 색상이 두세 개씩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이 두었을까 생각해보니, ‘없어지면 곤란하니까’라는漠然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늘 같은 펜만 썼다. 가장 잘 써지는 한 자루만 계속 사용했고, 나머지는 펜꽂이에 꽂힌 채 먼지만 쌓였다.

 그래서 검정펜, 파란펜, 빨간펜 각각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서랍에 넣었다. 형광펜도 즐겨 쓰는 노란색 한 자루만 남겼다. 이렇게 중복되는 물건을 치우자, 펜꽂이가 가벼워지고 책상 위가 한결 깔끔해졌다. 물리적으로 공간이 비워진 것도 좋았지만, 심리적으로도 ‘하나면 충분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혹시 펜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생각보다 쉽게 사라졌다. 중복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10개 중 4~5개를 줄일 수 있었고, 가장 부담 없는 시작이었다.

 

자주 쓰지 않는 물건 치우기


 중복되는 물건을 줄이고 나니, 다음으로는 자주 쓰지 않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예를 들어, 자, 마스킹 테이프, USB 여러 개, 예전에 쓰던 이어폰, 보조배터리 등이었다. 자는 가끔 줄긋기를 할 때 쓰긴 했지만, 지난 한 달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마스킹 테이프는 다이어리를 꾸밀 때 쓰겠다며 올려두었지만, 현실에서는 바쁜 일상 속에 다이어리를 꾸밀 시간이 없었다. USB도 업무용 클라우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뒤로는 거의 손이 가지 않았다.

 언젠가 쓰겠지라는 생각이 늘 이 물건들을 책상 위에 붙잡아두었지만, 실험인 만큼 과감해지기로 했다. 우선 자와 마스킹 테이프, USB, 보조배터리를 서랍 속 작은 수납함에 옮겼다. 이어폰은 무선 이어폰을 주로 사용하기에, 유선 이어폰은 가방 속으로 이동시켰다. 이렇게 치운 후, 책상 위의 시야가 한층 더 가벼워졌다. 이전에는 이런 물건들을 볼 때마다 저걸 언제 쓰지?, 언제 한 번 정리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떠올라 집중을 방해했는데, 이제는 그런 불필요한 고민이 사라졌다.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치우는 것은 내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는 작은 돌부리를 치우는 작업과도 같았다.

 

심리적 위안용 물건 정리하기


 10개를 줄이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가장 어려웠다. 바로 심리적 위안을 위해 두었던 물건들을 치우는 일이었다. 책상 위에는 작은 피규어, 캐릭터 인형, 돌멩이 오브제, 아로마 오일, 디퓨저, 예쁜 컵 같은 것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책상 위에 있으면 마음이 안정될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한동안은 귀여운 인형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향을 맡으며 기분을 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 글쓰기 루틴과 업무 집중력을 관찰하면서, 이런 물건들이 의외의 방해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을 쓰다 막힐 때, 잠시 시선을 돌리면 인형을 만지작거리거나 피규어를 바라보며 생각이 딴곳으로 흘러갔다. 심리적 위안이 되기보다는, 집중이 끊어지고 작업 흐름을 잃게 만드는 회피 도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장식품이 많다 보니 먼지가 쌓이는 속도도 빨랐다. 청소할 때마다 하나씩 들어 먼지를 닦는 일이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이번 실험에서는 작은 피규어와 인형들을 모두 치우고, 디퓨저도 서랍 속으로 넣었다. 대신 벽 선반 위에 한두 개만 배치해, 필요할 때 시선을 올려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책상 위에 드디어 여백이 생겼다. 그 여백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무언가로 가득 차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던 나는, 이제 비어 있는 공간에서 더 큰 편안함과 집중력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실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책상 위 물건을 줄일 때는 순서대로 정리하면 부담이 적고 효과가 크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