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쓰기 루틴은 늘 비슷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커피를 내린 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그러나 노트북을 열기 전부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언제나 복잡했다. 책상 위에는 며칠째 쌓인 메모지, 포스트잇, 마시다 남은 물병, 읽다 만 책, 각종 영수증, 펜 여러 자루, 이어폰, 충전기, 화장품, 간식 봉지까지 뒤엉켜 있었다. 처음엔 ‘나중에 치우면 되지’ 하고 넘겼지만, 매일 쌓이는 물건들이 눈앞을 가득 채우자 글을 쓰기 전부터 마음이 무거워졌다.
돌이켜보면, 정리가 안 된 책상 위에서의 글쓰기는 늘 미루기와 자기비난의 반복이었다. ‘왜 이렇게 글쓰기가 어려울까?’라는 자책이 쌓였고, 작업의 효율도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창작 루틴의 변화를 위해 ‘정리된 책상이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실험해보기로 했다.
책상을 비우는 것으로 시작한 창작 루틴 실험
실험의 첫 단계는 단순했다. 글을 쓰기 전날 밤, 책상 위의 모든 물건을 치우는 것이었다. 펜은 펜꽂이에, 메모지는 서랍에, 간식과 컵은 부엌으로 가져가고, 쓰지 않는 물건은 버리거나 다른 공간으로 옮겼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노트북과 물컵만 남은 책상 앞에 앉았다.
처음 느낀 감정은 낯설음이었다. 항상 물건으로 가득 찬 책상에서 작업하던 내게는, 텅 빈 책상이 허전하게 느껴졌다. 무언가 빠진 듯한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가벼웠다. 눈앞에 방해물이 없으니, 노트북 화면과 내 생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글을 쓰는 동안도 이전과 달리 시선이 흔들리지 않았다. ‘잠깐 메모지를 꺼내야 할까’, ‘펜이 어디 있지’ 하는 불필요한 생각 없이 타이핑만 이어갔다.
글을 쓰는 속도가 빨라진 것은 물론이고, 생각의 흐름도 부드러워졌다. 마치 머릿속에 있던 복잡한 단어들이 책상 위의 여백으로 옮겨진 듯, 단정한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 작은 정리의 힘이 글쓰기 루틴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줄은 몰랐다. 그날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운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고, 작업을 마친 후에도 마음이 개운했다.
정리된 공간이 창작에 주는 심리적 안정감
며칠간의 실험을 이어가면서, 정리된 책상이 내 글쓰기에 주는 가장 큰 변화는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수선한 책상에서는 글을 쓰기 전부터 ‘해야 할 일’을 떠올리게 되었지만, 깨끗한 책상 앞에서는 오로지 ‘글쓰기’만이 나의 할 일로 남았다. 물리적 공간이 단순해지자, 마음의 공간도 단순해졌다. 글을 쓰는 시간이 내 하루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이전처럼 작업 시작 전의 불필요한 고민이 사라졌다.
또한 글을 쓰다 막힐 때, 이전에는 책상 위의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딴생각을 하곤 했다. 그 짧은 시간에 집중력은 완전히 끊어졌다. 그러나 정리된 책상 위에는 그런 회피의 도구들이 없었다. 막힘이 오면 그대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단어를 이어나갔다. 이 작은 차이가 글쓰기 몰입도를 극적으로 높여주었다.
정리된 공간은 내가 창작을 대하는 태도도 바꾸어 놓았다. 이전에는 ‘언제 쓰지?’ 하고 미루던 글쓰기를, 이제는 ‘깨끗한 책상에 앉아 글을 쓸 시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 심리적 전환은 글쓰기뿐 아니라 하루 전체의 리듬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다.
정리된 책상, 지속 가능한 창작 습관의 시작
이번 실험에서 가장 큰 수확은, 정리된 책상이 글쓰기 루틴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이었다. 글쓰기 루틴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인데, 이전의 나는 책상 위의 어수선함 때문에 매일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반면 책상을 깨끗이 정리하자,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글을 쓰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심리적 저항감이 사라지고, 앉기만 하면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글을 쓰기 전에는 항상 책상을 먼저 정리한다. 필요 없는 물건을 치우고, 노트북과 물컵만 남긴다. 그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이 ‘이제 글을 쓸 시간’임을 인식하게 된다. 글쓰기 루틴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글쓰기 기술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글쓰기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다.
정리된 책상은 단순히 예쁜 공간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꺼내어 단어로 만드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었다. 앞으로도 이 작은 습관을 이어가며, 더 깊고 진솔한 글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글쓰기는 결국 내면의 질서를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이기에, 그 출발선에 있는 공간을 단정히 다스리는 일이야말로 창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번 실험을 통해 다시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