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마음이 자주 밖으로 흩어진다는 걸 느꼈다.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휘둘리고, 일정이 조금만 어그러져도 하루가 무너진 것처럼 느껴지고, SNS 속 누군가의 삶에 쉽게 비교당하며 불안해졌다.
이때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글쓰기와 명상을 함께하는 루틴이었다. 따로 떼어 놓으면 각각도 좋지만, 두 가지를 함께 했을 때 놀랍도록 상호작용이 깊어졌다. 명상은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집중하게 해주었고, 글쓰기는 그 감각을 언어로 풀어내며 나 자신과 대화하게 해주었다. 명상은 말 없는 내면의 감각을 느끼게 했고, 글쓰기는 그 감각에 말과 의미를 부여해 주는 도구였다. 둘은 하나로 이어진, 하나는 감정의 물결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하나는 그 물결을 따라 나를 정리하게 해주는 도구였다.
있는 그대로를 적는 글쓰기
명상의 핵심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이다. 흔히 명상을 하면 아무 생각도 없어야 한다고 오해하지만, 실제 명상은 떠오르는 생각을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판단 없이 바라보는 훈련이다. 몸에 느껴지는 감각, 들리는 소리, 호흡의 리듬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연습. 그 과정을 통해 마음은 조금씩 고요해지고, 중심을 회복한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글을 쓰면, 평소와는 다른 종류의 글이 나온다. 겉으로 보이는 사건이나 이야기보다, 나의 내면과 감각에 가까운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명상 직후의 글쓰기는 마치 마음의 거울을 보는 것 같다. 거기에는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말들 사이에 지금 내가 진짜로 느끼는 감정이 숨어 있다. 불안, 기대, 두려움, 혹은 다 이유 모를 기쁨 같은 감정들. 이런 감정들은 평소 바쁘게 살 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명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로 그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글을 쓰면, 아주 미세한 감정의 결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을 그대로 적어내는 글쓰기는, 판단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는 태도를 연습하는 시간이 된다.
글쓰기 역시 일기처럼 무엇을 써야 하지?’고민하며 시작하면 금방 지치지만, 명상을 먼저 하고 나면 그 고민이 많이 줄어든다.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감각이나 단어를 그대로 받아 적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걸 기억하면 된다. 명상으로 시작해 글쓰기로 정리하는 이 루틴은, 하루 중 가장 나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이 되었다.
작고 단순한 루틴이 마음을 지키는 가장 강한 방법
대단한 도구나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이 루틴은 단지 조용한 공간, 몇 분의 집중, 그리고 펜과 노트만 있으면 된다. 내가 만든 기본적인 루틴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먼저 3분간 명상을 한다. 자세를 고쳐 앉고,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감각에 집중한다.
명상이 끝나면 눈을 뜨고, 떠오르는 감정이나 이미지, 단어를 바로 적는다.
‘오늘 마음 날씨는 어땠는가?’, ‘지금 몸은 어떤가?’, ‘무슨 생각이 가장 자주 떠올랐는가?’ 같은 짧은 질문을 던져본다.
마무리는 스스로에게 한마디를 남기며 글을 닫는다.
이렇게 짧게라도 매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고요한 기둥 같은 것이 세워진다. 단 하루만 실천해도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고, 감정이 격해질 때 멈추어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도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하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매일 쓰자는 압박이 아니라, 작게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다. 하루를 건너뛰더라도 괜찮다. 명상도 글쓰기의 흐름도 삶의 일부니까. 중요한 건 나와 연결되는 그 짧은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돌보는 힘은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걸 이 루틴이 알려주었다. 매일 10분의 명상과 글쓰기가, 바깥 세상에서 휘청이지 않고 내 삶을 스스로 이끌어가게 하는 조용한 근육이 되었다.
나를 잘 돌보는 사람이 되는 길
글쓰기와 명상의 결합은 단순한 루틴을 넘어서서,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전에는 감정이 올라오면 그것에 휘둘리고, 일을 끝낸 후에는 지쳤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그날을 넘기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감정이 올라오더라도 그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오늘 왜 이렇게 지쳤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그 질문은 나를 돌보게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피로는 당연한 거라 여기고 넘겼지만, 이제는 내가 오늘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이유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쓰며 기록하게 된다. 이 과정이 쌓이면 결국 나는 나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건 아주 중요한 전환이다. 마음을 돌보는 사람은 결국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글쓰기와 명상은 나를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관리에는 규칙이 필요하지만, 이해에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를 들여다보려는 의도, 판단하지 않으려는 마음, 반복되는 실수에도 다시 시작하려는 용기. 이런 태도들은 글쓰기와 명상을 통해 길러진다. 마음 챙김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 루틴을 통해 나는 점점 ‘나를 잘 돌보는 사람’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