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나를 가장 괴롭힌 말 한마디를 골라 적어보고, 그 말이 과연 지금도 유효한지 돌아보고, 그 대신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지를 글로 써보는 방식이었어요. 거창한 글이 필요하진 않았습니다. 단지,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나의 편이 되어주는 문장을 쓰는 것. 그것이 이 실험의 시작이었습니다.
나를 다독이는 글쓰기는 어떻게 쓰는 걸까
이 글쓰기는 단순한 하루 일기와는 다릅니다. 감정을 던져놓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의 말투를 바꾸고, 새로운 해석을 찾는 과정이죠. 저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매일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오늘 하루,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든 내 말투는 무엇이었나
그 말이 감정에서 온 건지, 사실인지 따져보기
친구가 같은 말을 했다면, 나는 뭐라고 말해줬을까
지금 이 순간, 나를 다독이는 한 문장을 적어보기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오늘 실수한 나에게 “진짜 왜 이렇게 한심하냐”고 생각했다.
사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나는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감정이 앞섰던 것 같다.
친구였다면 “그럴 수도 있어, 첫날인데 그 정도면 잘한 거지”라고 말했을 것 같다.
오늘의 다독이는 한 마디: “첫 시도였는데 잘했어. 고생했어.”
이렇게 쓰다 보면, 단순히 나쁜 감정을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관찰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 안에서 올라오는 자기 비난의 말투가 점점 익숙하게 보이기 시작해요. 그 말투가 익숙해질수록, 멈추는 것도 쉬워집니다.
이 글쓰기의 핵심은 내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를 계속 들여다보는 데 있습니다. 글쓰기를 하며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 “왜 이 정도밖에 안 돼?”였다면, 거기서 한 발짝 물러나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였어. 그리고 그걸 해낸 것도 중요한 거야.”라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게 바로 ‘나를 다독이는 글쓰기’의 역할입니다.
글을 쓸수록 나에게 말 거는 법이 달라졌다
나를 다독이는 글쓰기를 2주간 꾸준히 실천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건 내 마음속 말투였습니다. 예전에는 작은 실수만 해도 “역시 나는 부족해”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올랐지만, 글쓰기를 하면서 그 말에 의문을 갖는 힘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날은 일이 꼬여서 한꺼번에 실수를 연달아 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래서 넌 안 돼”라는 자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했겠죠. 그런데 글을 쓰는 동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오늘은 실수가 많았지만, 그 와중에 사과도 잘했고, 복구도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나를 다독이는 한 문장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실수는 있었지만, 책임지려는 마음이 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어.”
이런 문장 하나가, 다음 날의 나를 구합니다.
다독이는 글을 하루에 한 문장만이라도 남기면, 그 문장은 내가 나를 판단하는 눈을 바꿔놓습니다. “실수한 사람”이 아니라 “실수했지만 괜찮은 사람”, “성장 중인 사람”으로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죠.
또한, 이 글쓰기를 하며 처음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내 목소리’를 키우게 됐습니다. 그전까지는 외부의 평가나 시선에 너무나 쉽게 흔들렸고, 혼자 있는 순간엔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글을 통해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연습을 하다 보니, 서서히 내면의 언어가 바뀌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쓰기를 통해 내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감정에 잠식되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감정이 일어난 것을 그대로 인정하되, 거기에 자비로운 해석을 붙이는 것. 그것이 ‘나를 다독이는 글쓰기’의 진짜 힘이었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대신, 다독이는 글쓰기 습관 만드는 법
이 글쓰기를 꾸준히 하기 위해선 몇 가지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매일 정리된 글을 쓰는 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실험을 하며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들었습니다
딱 5분이면 충분한 구조로 만들기: 매일 네 개의 질문, 하루 한 페이지 안에서 끝내는 형식
글을 길게 쓰기보다 ‘말투’를 정확히 포착하기 내면에서 나오는 비난 문장을 그대로 적기
비난 문장을 바꾸는 연습에 집중하기 “나는 못했어” “지금은 어려웠지만, 다음엔 나아질 거야”
글 마지막에는 무조건 다독이는 문장 한 줄로 마무리하기
이렇게 포맷을 정해두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확 줄어들고, 중요한 건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걸어보는 시간’이라는 점을 잊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질문도 던져봤습니다
오늘 나는 나에게 친절했나?
나를 이해하기 위해 충분히 시간을 썼나?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었나?
이런 질문들을 적어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다 보면, 점점 자기 비난은 줄고, 자기 지지와 신뢰가 조금씩 자라납니다.
가장 좋은 점은, 이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경험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루에 단 한 문장이라도 “넌 괜찮아, 충분히 잘했어”라고 말해주면, 어느새 그 말이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