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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공감으로 인한 피로감 글쓰기로 다루기

by rena-space 2025. 6. 18.

 살다 보면 ‘공감 능력이 좋다’는 말이 칭찬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상대의 감정을 민감하게 느끼고, 그 감정에 반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건 분명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자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능력이 지나치면, 오히려 관계에서 소진되고 지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감정노동이 많은 직장, 가족 간의 갈등, 혹은 친구의 고민을 자주 들어주는 상황에서는 ‘내가 아닌 타인의 감정’을 짊어지느라 나 자신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기를 통해 이 감정을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내 감정을 정리하고, 타인의 감정과 나 자신의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과잉 공감으로 인한 피로감 글쓰기로 다루기


글쓰기로 감정의 경계를 그리는 연습

 

 글쓰기는 단순한 일기 이상의 기능을 합니다. 특히 과잉 공감으로 인한 피로감을 다룰 때는, 감정의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저는 글쓰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연습을 했습니다: “이 감정은 나의 감정인가, 아니면 타인의 감정에 내가 반응한 것인가?” 이 질문 하나로 글의 방향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날 밤 내내 불안하고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며 그날의 감정을 되짚어 보니, 실제로 직장에서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은 친구였지, 내가 아니었습니다. 나의 불안은 친구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생긴 이입된 감정이었던 것이죠. 이를 인식하자 비로소 감정의 실체가 분명해졌고, “내가 책임져야 할 감정은 아니다”라고 자신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저는 경계를 배웠습니다. 상대의 고통에 완전히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공감은 하되 구분 짓는 태도를 갖는 것. 글은 그 경계를 시각화해줍니다. 글 속에 상황을 재구성하고, 등장인물을 분리하고, 감정의 주체를 명확히 함으로써, 과잉 공감으로부터 오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덩어리를 하나씩 분해할 수 있게 되죠.

 또한 저는 매번 글의 끝에 ‘내가 책임질 감정’과 ‘내가 넘겨야 할 감정’을 구분해서 적었습니다. 이 작업은 감정의 정리를 넘어, 심리적 피로감을 예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되, 그 감정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 방법. 그것이 글쓰기를 통한 감정의 경계 설정이었습니다.

 

감정을 객관화하면 지친 마음이 회복된다


 과잉 공감으로 피로해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객관화하는 연습이 필수입니다. 공감이라는 감정은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생기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쉽게 감정에 휘둘리게 됩니다. 글쓰기는 바로 이 객관화 과정을 돕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입니다.

 저는 감정이 격해진 날일수록 의식적으로 글을 썼습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어떤 말을 들었고,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 “지금 그 감정은 어디까지가 내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형식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저는 감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그것을 구조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정의 원인을 추적하고, 당시의 내 반응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차근차근 분석하면서, 마치 상담을 받는 듯한 효과를 느꼈습니다.

 감정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정리되면,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지배하는 거대한 물결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바라보고 조율할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깨달았습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힘은 감정을 억제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바라보는 위치를 바꿀 때 생긴다는 것을요.

 이런 글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감정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면서도, 내 감정은 따로 정리할 수 있게 되죠. 그리고 그 여유가 생긴 순간, 지친 마음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단지 기분 전환의 차원이 아니라, 감정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공감과 거리두기, 그 사이에서 나를 지키는 글쓰기


 공감은 인간관계에서 필수적인 능력이지만, 그 자체가 내 감정의 건강을 해치게 둘 수는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공감하되 거리두기’입니다. 이는 단순히 차가운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방법을 글쓰기를 통해 조금씩 익히고 있습니다.

 감정을 글로 옮기다 보면, 처음에는 감정이 정제되지 않은 형태로 쏟아지지만, 점점 나의 생각과 감정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글 안에서 나는 질문하고, 답하며, 감정의 본질에 더 가까워집니다. 그러다 보면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게 되고, 필요한 공감만 남기고 나머지는 내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에게 자주 되묻는 것입니다. “이 감정은 나를 위한 것인가?”, “지금 이 감정에 내가 압도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이런 질문은 나를 보호하는 문장이 됩니다. 단순한 일상기록을 넘어서, 감정의 주체를 내가 되찾는 글쓰기 훈련이 되는 것이죠.

 과잉 공감은 흔히 '착한 사람'이 가지는 숙명처럼 여겨지지만, 실은 누구나 스스로 훈련을 통해 건강한 공감의 형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글쓰기를 통해 그 과정을 경험하고 있고, 여전히 실천 중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너무 쉽게 지치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자주 탄다면, 한번 글을 써보길 권합니다. 정답은 없지만, 분명 감정을 구분 짓고 나를 지키는 방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감은 나와 너 사이를 잇는 다리입니다. 하지만 그 다리를 건너기 위해선, 반대편에 선 나 자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글쓰기는 바로 그 나를 다시 만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그 도구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피로한 공감자가 아닌, 건강하게 연결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