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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상처 준 말을 적는 감정 회고법 효과

by rena-space 2025. 6. 17.

사람의 마음은 의외로 단순하고도 복잡합니다. 물리적인 사건보다 오히려 사소한 말 한마디가 훨씬 오래 남아 나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감정 회고법이었습니다. 이름은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그 핵심은 단순합니다. 나에게 상처 준 말들을 기억해내고, 그것이 내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글로 적어보는 작업입니다. 일종의 감정 되돌아보기이자 감정의 구조 분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회상에 그치지 않고, 그 말이 나를 어떻게 흔들었는지, 내가 왜 그것에 상처를 받았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보는 겁니다.

나에게 상처 준 말을 적는 감정 회고법 효과

감정 회고법의 핵심은 말의 구조를 다시 해석하는 것이다


 감정 회고법의 핵심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닙니다. 상처받았던 말들을 다시 꺼내어,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고, 왜 나에게 그렇게 깊은 상처로 남았는지를 구조적으로 해석해보는 과정입니다. 이는 마치 감정의 블랙박스를 열어보는 작업과도 비슷합니다. 사건의 순서, 등장인물, 그 상황의 분위기, 당시의 내 감정 상태 등을 하나씩 분석해 나가는 것이죠.

저는 글쓰기를 통해 그 말이 나온 순간을 다시 구성해보았습니다. “넌 그 정도도 못 해?”라는 말에 상처받았던 날, 사실 나는 이미 지쳐 있었고 충분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상황 전체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그 이해받지 못함에 더욱 분노했던 것이죠. 단지 말 한마디가 아니라, 그 말이 내 모든 노력을 무시해버린 느낌을 줬기 때문에 상처가 컸던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문장을 해부해보면 감정은 단순한 상처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 말이 내 안의 어떤 기대, 자존감, 과거의 경험과 연결되어 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감정 회고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상처는 종종 상대의 말 자체보다도, 그 말을 해석하는 ‘내 안의 목소리’에서 비롯된다는 걸요.

 또한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지금의 나에게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는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과거에는 분명히 아팠던 말이지만, 지금은 전혀 공감되지 않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는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되는 순간, 오래 묵었던 상처가 한층 가벼워지기 시작합니다.

 감정 회고법은 감정을 드러내는 글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감정의 맥락을 해석하는 글쓰기입니다. 해석이 가능해지는 순간, 감정은 더 이상 나를 압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감정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게 됩니다.

 

상처를 적는 글쓰기가 나를 해치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릅니다. “상처를 다시 떠올리고 적는 게 오히려 더 나를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요?” 실제로 감정 회고법을 처음 시도했을 때 저도 같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상처받은 말을 글로 적는 것 자체가 다시 그 감정을 되살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글쓰기가 진짜 효과를 가지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감정에서 출발하되, 그 감정에 머물지 않는 것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당시의 슬픔, 분노, 좌절감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글의 목적은 감정 재연이 아니라 감정 해석입니다. 그러므로 글의 마지막에는 반드시 ‘지금의 나는 이 말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문장을 써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감정의 고리가 현재에 맞게 조정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객관적인 시선을 하나 곁들이는 것입니다. 감정 회고 글쓰기를 할 때는, 한 단계 떨어져 있는 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병행해야 합니다. 글을 읽는 입장에서 “그 사람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그 말을 그렇게 해석한 이유는 뭘까?”라고 자문해보는 것이죠. 이렇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감정의 폭발이 줄어들고 대신 통찰이 생깁니다.

 세 번째는 글쓰기를 끝내는 의식적인 마무리입니다. 감정 회고법은 강렬한 감정을 다루는 만큼, 글을 쓴 뒤 정리를 해줘야 합니다. 저는 매번 글의 마지막에 “이제 이 말은 나를 흔들 수 없다” 혹은 “이 말은 그 사람의 감정이지 나의 진실이 아니다” 같은 문장을 적어 넣었습니다. 일종의 선언문이자 감정 정리의 마무리 작업이었죠.

상처를 적는 글쓰기는 제대로 접근하면 오히려 감정을 떠나보내는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묻어둔 말을 꺼낸다는 것은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것을 단단하게 마주하고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훈련이 된다면, 더 이상 그 말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쓰는 동안의 아픔이, 결국 더 깊은 회복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어주는 셈입니다.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곧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이었다

 

 감정 회고법을 일주일간 실천해 본 후, 제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자존감의 회복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나를 무너뜨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말의 파괴력은 더 강했습니다. 하지만 감정 회고법을 실천하면서, 그 말들이 실제로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력이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변했는지를 쓰다 보니, 내 감정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감정정리 이상의 효과였습니다. 감정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줍니다. 자존감, 관계, 일의 성과, 심지어 건강까지. 그런데 우리가 그 감정을 정리하지 않고 흘려보내기만 한다면, 그 영향은 계속 쌓이고 반복됩니다. 감정 회고법은 바로 이 지점을 치유해 줍니다. 감정의 잔해를 정리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존중하는 감각을 회복시켜주는 것이죠.

무엇보다 이 글쓰기를 통해 저는 제 감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내가 너무 예민한가?’, ‘그냥 넘겼어야 했나?’ 같은 생각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의심하곤 했는데, 감정 회고를 통해 그 감정이 충분히 타당했음을, 그리고 그 감정이 나를 지키기 위한 반응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자기 신뢰를 다시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정 회고법은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나를 인정해주기 위한 글쓰기입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나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쓰는 글. 그 글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다시 정의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그 말들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감정은 휘둘릴수록 커지고, 이해할수록 작아집니다. 감정 회고법은 그 감정을 가장 안전하고 성숙한 방식으로 마주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나를 해쳤던 말들을 이해라는 이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감정의 주체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자존감을 회복하는 진짜 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