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감정의 흐름을 인식하고, ‘이건 나의 감정인가, 타인의 감정인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런 인식을 지속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매우 유용한 감정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내 감정을 구체화하고, 외부 자극과 나의 반응을 분리해서 관찰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점차 사람에 휘둘리지 않는 감정적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글쓰기로 ‘타인의 감정’과 ‘내 감정’을 구분하는 연습
감정적 경계를 세우는 첫 번째 실전 훈련은 바로, 글쓰기를 통해 타인의 감정과 내 감정을 구분해보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의해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무뚝뚝하게 반응했을 때 ‘내가 뭔가 잘못했나?’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상대가 피곤했거나 기분이 안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그 사람의 감정’을 ‘내 책임’처럼 착각하며 감정의 경계를 넘나들게 됩니다.
이런 패턴을 끊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일상의 감정 사건들을 글로 복기하며 감정의 주체를 나눠보는 훈련입니다. 다음과 같은 형식을 시도해보세요
오늘 마음이 흔들렸던 사건을 하나 적는다.
그 사건에서 상대방이 보였던 감정을 분석한다.
그 감정이 내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적는다.
마지막으로, 그 감정이 진짜 ‘내 감정’인지, 타인의 감정에 ‘끌려간 것’인지 질문해본다.
예를 들어, “동료가 회의에서 내 제안을 무시하듯 반응했다. 처음엔 내가 틀렸다는 생각에 위축됐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동료는 오늘 유난히 예민한 상태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나의 아이디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그의 컨디션이 전체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준 것 같았다.”
이런 식의 글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감정적 자각력이 향상되고, 타인의 감정과 내 감정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야가 열립니다. 중요한 건 반응보다 인식입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진짜 나의 것인지, 타인의 감정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결과인지 묻는 습관을 들이세요. 글쓰기는 이런 자각을 매일 연습할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인 도구입니다.
감정의 ‘출입문’을 지키는 글쓰기 루틴 만들기
감정적 경계는 물리적인 선이 아닌, 심리적 문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 문을 열고 닫으며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입니다. 문제는 그 문을 아무나, 아무 감정이나 들락거리게 내버려 둘 때 발생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감정의 출입문을 지키는 훈련, 즉 하루를 정리하며 감정의 흐름을 점검하는 글쓰기 루틴입니다.
이 루틴의 핵심은 하루를 통째로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흔들렸던 순간’만 골라 적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매일 밤 짧게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 나를 불편하게 만든 한 가지 상황은?
그 상황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그 감정의 원인은 외부(타인의 행동)인가, 내부(내 기대감, 불안감)인가?
다시 그 상황을 맞이한다면, 어떤 경계를 세우고 싶은가?
이런 방식의 글쓰기는 단순한 감정 해소를 넘어서, 감정 관리를 위한 관찰 훈련이 됩니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는 감정의 흐름을 다시 들여다보며, 무의식적 반응에서 벗어나 의식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감정의 문을 아무에게나 열지 않고, 들어오는 감정을 인식하고 필터링하는 이 훈련은 인간관계에서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기초 체력을 만들어줍니다.
글쓰기 루틴은 하루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매일 반복하는 것. 습관이 되면, 어떤 감정 자극이 왔을 때 ‘아, 지금 내 마음 문이 흔들렸구나’라고 알아차리는 순간이 오게 됩니다. 이 자각은 감정적 경계를 지키는 첫 번째 실천입니다.
나만의 감정 경계 선언문 써보기
글쓰기를 통해 감정을 복기하고 분리하는 연습을 충분히 했다면, 마지막 단계는 나만의 감정 경계 선언문을 써보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내 마음의 헌법처럼, ‘나는 어떤 기준으로 감정적 경계를 지키겠다’는 선언입니다. 이 문장은 외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각인시키기 위한 글쓰기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형식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나는 타인의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겠다.
나는 상대의 무례한 반응이 내 존재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님을 기억하겠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존중받아야 하며, 필요할 땐 감정적 거리를 둘 수 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내 감정을 희생하지 않겠다.
나는 내 감정의 주인이고, 경계는 내가 세운다.
이렇게 선언문을 만들고, 자주 읽고, 마음속으로 반복하며 되새기다 보면, 실제 인간관계에서 감정적 경계가 무너질 위기일 때 자연스럽게 이 기준이 떠오르게 됩니다. 선언문은 일종의 마음의 방향키 역할을 합니다. 누구와도 마찰 없이 잘 지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내 감정을 지키며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 목표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것이죠.
또한 이 선언문은 상황에 따라 수정하거나 덧붙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나는 나를 지키겠다’는 의지입니다. 감정은 타인의 것이 아닙니다. 내 감정은 내가 보호해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감정적 경계를 세우는 글쓰기는 그 자산을 잃지 않기 위한, 작지만 강력한 실천입니다.